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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날아도 ‘손’에 닿지 못했다

중앙일보

2025.08.24 08:01 2025.08.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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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S 데뷔골을 터트린 손흥민(가운데)이 LAFC 팀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LAFC 손흥민(33)이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데뷔 골을 터트렸다.

24일 FC댈러스와의 2025 MLS 원정 경기 전반 6분. 페널티 아크 외곽 먼 지점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 키커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 찬 슈팅이 수비벽을 살짝 넘어 휘어지며 골망 왼쪽 모서리 골 네트를 흔들었다. 댈러스 수문장 마이클 콜로디가 힘껏 몸을 날렸지만 소용 없었다. 구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이 와도 막기 힘들다는 의미를 담은 명칭, ‘야신 존’에 정확히 꽂혔다.

손흥민의 슛이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골대 모서리에 꽂히고 있다. [사진 LA FC 인스타그램]
손흥민은 양손으로 카메라 모양을 만드는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어 오른손으로 알파벳 ‘L’, 왼손으로 ‘A’를 만드는 새로운 골 세리머니도 선보였다. 지난 10일 시카고전 페널티킥 유도, 17일 뉴잉글랜드전 어시스트에 이어 3경기 만에 MLS 데뷔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LAFC가 최근 3경기에서 터트린 4골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손흥민은 스리톱의 중앙 공격수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속도 위주로 상대를 제압했던 것과 달리, 수준이 한 단계 낮은 MLS에선 현란한 드리블도 시도했다. 수비 가담 비율을 줄이는 대신, 힘을 비축했다가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주장은 아니지만 팀 동료가 쓰러지자 주심에게 소리쳐 경기를 중단 시키며 리더십도 발휘했다.

손흥민이 FC댈러스와의 경기 전반 6분 프리킥 득점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로 비긴 LAFC는 서부 콘퍼런스 4위(11승8무6패·승점41)로 한 계단 올라섰다. 손흥민은 유효슈팅 3개 포함 슈팅 8개를 쐈고, 키 패스(득점으로 이어질 만한 결정적 패스) 8회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 연속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경기 최우수선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풋몹은 손흥민에 양 팀 통틀어 최고 평점인 8.8점을 줬다.

MLS 홈페이지는 메인 화면에 손흥민 득점 소식을 띄우며 “월드클래스급 데뷔 골을 터트렸다. 한국 수퍼스타이자 MLS 최고 이적료를 쓴 손흥민이 막을 수 없는 프리킥 골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축구 매체 골닷컴은 “손흥민이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급 프리킥으로 데뷔 골을 장식했다”고 전했다.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소셜미디어(SNS)에 “MLS에서 손흥민 쇼가 펼쳐졌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썼다. LAFC 동료 은코시 타파리는 “전날 프리킥 연습을 한대로, 공이 골대 상단 구석에 마법처럼 꽂혔다. 손흥민이 뛴 3경기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해야 한다”고 극찬했다.

손흥민을 응원하는 한국 팬들. [AP=연합뉴스]
손흥민은 시카고~보스턴~댈러스로 이어진 원정 3연전을 치르는 동안 가는 도시마다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평소 78달러(10만원) 안팎인 댈러스 홈 경기 티켓 값은 손흥민을 보려는 팬들이 몰리며 166달러~366달러(23만원~50만원), 최대 1449달러(207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어린이 팬은 한글로 ‘LA에서 흥민 삼촌 응원하러 왔어요’라고 적은 피켓을 들었다. 손흥민의 홈 데뷔전인 31일 샌디에이고전의 시야가 좋은 좌석 호가는 무려 5265달러(731만원)까지 치솟았다.

손흥민은 “(미국 생활이) 이제 2주가 조금 넘었지만,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 MLS와 LAFC에서 첫 골을 넣게 돼 기쁘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해서 실망스럽다”고 아쉬워했다.

시구를 연습하는 손흥민. [사진 LAFC SNS]
연고지(LA)가 같은 인연으로 손흥민은 오는 28일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홈 경기 시구자로 나선다. 최근 손흥민이 소속팀 훈련장에서 야구 글러브를 끼고 투구 연습하는 영상이 공개됐는데, 스트라이크를 꽂고 투구 폼도 훌륭했다. 손흥민과 다저스 간판 오타니 쇼헤이(31·일본)의 ‘한일 스포츠 레전드’ 만남이 이뤄질지 여부 또한 미국 프로스포츠 팬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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